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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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문화, 예술, 공연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by 평범함속비범함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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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 입니다.

                                                  전시기간: 2022년 06월 16일 ~ 2022년 08월 07일까지
                                 장소: 덕수궁 정원,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1층 야외조각공원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으로 작가가 최근 10여 년 동안 발전시킨 회화, 조각, 설치작품 70여 점을 선보입니다.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관습, 신화적 상상력 등을 엮어 작가만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미술관 밖의 공간에서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과의 만남을 시도해왔습니다. 이번 전시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오토니엘의 이러한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에서 전개됨으로써 다양한 공간과 대중에 접근합니다. 

전시 제목인 ‘정원과 정원’은 복수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는 한편 작품을 거쳐 관객의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각양각색의 꽃에 매료되었던 오토니엘에게 정원은 환상을 꿈꾸는 공간이자, 영감을 샘솟게 하는 보물창고 같은 공간입니다. 오토니엘은 정원에 대한 이러한 열망을 반영해 서울시립미술관과 인접한 덕수궁을 자신의 마법을 펼칠 공간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덕수궁 연못에 설치된 조각들은 주변 풍경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이어 본격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서면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황금 목걸이>와 미술관 입구에 서있는 은색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전시장에서는 <루브르의 장미>와 <자두꽃> 회화 연작에 이어 파란색 유리벽돌 7,000여 개로 구성된 <푸른 강>이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푸른 강> 위에는 조각 14점이 설치되어 시점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며, 벽면에는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이 설치되어 신비로운 빛을 뿜어냅니다.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만남과 공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고라>와 직관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표현한 작업 <오라클>로 전시를 마무리합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오토니엘의 작품은 언뜻 아름답기만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과 대화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이면에 불안과 상처 등이 공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수공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유리의 흔적은 구슬 하나에서는 흠집으로 보이지만 구슬이 꿰어져 완성된 목걸이에서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움이 상처를 통해 더욱 빛나듯, 정원의 자연에서 새로운 생명은 죽음에서 양분을 얻어 소생하며, 인간의 삶 역시 고통의 과정이 역설적으로 희망을 당겨옵니다. 오토니엘은 정원이 품고 있는 이 같은 우주의 비밀과 경이를 작품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관람객 역시 현실의 불안과 상처를 마주하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꿈꾸길 바랍니다. 

〈루브르의 장미〉는 2019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개장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장-미셸 오토니엘은 약 2년간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을 살펴보며, 박물관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꽃을 찾았다. 오토니엘은 루브르의 소장품 가운데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이란 작품에서 화면 정중앙 하단 인물의 발밑에 떨어진 장미를 포착했다. 이 붉은색 장미는 열정과 권력, 승리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죽음보다 강력한 여왕의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이 장미에서 받은 영감을 백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를 사용해 무한한 힘으로 가득 찬 추상적인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를 거의 하지 않는 루브르박물관이 오토니엘의 전시가 끝나고 일부 작품을 영구 소장하면서, 〈루브르의 장미〉는 작가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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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토니엘은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루브르의 장미〉를 변형시킨 〈자두꽃〉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자두꽃〉은 덕수궁 내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이다. 오토니엘의 〈자두꽃〉은 꽃잎을 표현하는 붉은색과, 꽃가루를 표현하는 노란색 두 가지로 그려졌다. 작품 가운데서도 삼면제단화 형식으로 그려진 〈자두꽃〉은 화면에 걸쳐 황금빛 노란색이 흐르며 마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오토니엘은 〈자두꽃〉을 통해 덕수궁에 스민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자두꽃이 상징하는 생명력, 저항, 끈기,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벽돌은 전 세계 수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축요소로, 장-미셸 오토니엘이 처음으로 유리 벽돌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오토니엘은 이전의 인도 여행에서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희망에 벽돌을 쌓아 두는 것을 보고 큰 자극과 영감을 받았다. 오토니엘은 이 같은 영감을 구체화해 인도 유리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한 피로자바드(Firozabad)의 유리공예가들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사람이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된 유리 벽돌 하나하나는 미묘하게 다른 형상과 흠집, 빛깔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불완전함과 다름은 수많은 벽돌이 모였을 때 생각하지 못한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두 가지 색으로 제작된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은 코로나 시기 봉쇄(록다운) 기간에 오토니엘이 매일 일기처럼 그린 드로잉을 바탕으로 2021년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오토니엘은 매일 색을 입힌 벽돌의 새로운 조합을 그렸는데, 이는 마치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적은 일기와도 같다. 이런 일기의 연장선으로서 이번에 전시된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은 매일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염원을, 그리고 우리 내면에서 찾을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이야기한다. 인디언 핑크, 샤프론 옐로, 에메랄드 그린 등의 신비로운 색감은 보는 우리를 상상의 여정으로 이끈다.

작품 푸른강 (Blue River) Riviere Bleue

장-미셸 오토니엘은 벽돌이라는 모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을 건축적 규모로 확장하고자 했던 열망을 달성할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는 <푸른 강>은 오토니엘이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 가장 거대한 크기로, 길이 26미터, 폭 7미터에 이르는 넓은 면적의 바닥에 벽돌이 깔려 잔잔한 물결의 푸른 강을 연상 시킨다. 벽돌의 푸른색은 인도어로 피로지(Firozi)로 불리는 색상으로 지중해를 비롯해 인도-유럽 문명권에서 널리 사용된 구맂빛 푸른색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에서 푸른색 안료는 다른 색상이 비해 만들기 어려워 귀하게 여겨졌으며, 파란색은 하늘과 물을 상징하는 색으로 '생명', '생존' 같은 긍정적 의미를 전달한다. <푸른 강> 위에는 14개의 거대한 조각이 설치되어 거울 같은 표면에 서로의 모습을 반사하며 오토니엘이 만든 하나의 시적인 우주를 보여준다.

 

거울 유리를 재료로 하여 매듭 형상으로 만들어진 이들 조각은 작품의 표면에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의 상을 만들어내며 ‘상호작용’과 ‘무한’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구슬 하나의 표면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과 주변의 풍경이 비치고, 이는 또 다시 다른 구슬에 반사되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서로 반사하며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은 불교의 ‘인드라망’의 개념과도 닿아 있는데, 인드라망은 하늘 위 높은 곳 인드라신의 궁전 지붕 위를 덮고 있는 그물망을 의미한다. 복잡한 그물 형상의 인드라망에는 그물코마다 밝은 보배 구슬 장식이 달려 있는데, 각각의 구슬은 무한한 반사를 거듭하며 전 우주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물의 한 코가 출렁이거나 움직이면, 다른 모든 구슬에 그 움직임이 반영된다. 이렇듯 인드라망은 세상 우주의 모든 존재가 거미줄처럼 유기적으로 얽혀있음을 의미하며, 삶과 죽음, 치유와 상처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일찍이 깨달았던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와도 닿아 있다.

〈아고라〉는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건축의 개념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또 다른 열망이 반영된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굴이나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는 〈아고라〉는 미래주의적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과거 인류의 집단적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고라〉는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하는 일종의 은신처가 될 수도 있고, 대중 연설 같은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열린 공간이 될 수도 있다. 2,750개의 스테인리스스틸 벽돌로 만들어진 〈아고라〉는 갑옷의 견고함과 살갗의 부드러움이 뒤섞여, 기념비적이면서도 이를 넘어서 시적이고 감각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조각과 건축 사이의 이러한 중간적 형태는 오토니엘이 평생 추구해 온 “세상과 경이로운 관계 맺기” 혹은 “현실을 다시 마법화하기”에 관한 동시대 유토피아의 유적 발굴 현장과도 같다.

아고라

〈오라클〉은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업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시적인 작업으로, 주변의 모든 것에 예민한 선지자 혹은 예언자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오토니엘은 〈오라클〉 연작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작업에는 강렬한 신탁적 존재가 서려 있다. 나의 작업에는 직관적인 무언가가 있지만 동시에 신의 계시나 명령 같은 것 또한 존재한다.” 〈오라클〉은 형태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인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엄격함을 연상시키지만,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했던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오토니엘은 그 안에 자신만의 시적 은유를 담아내고 있다. 벽돌 모듈을 사용해 중간 중간 돌출된 형태를 하고 있는 〈오라클〉은 마치 구두점으로 연결된 구절을 연상시키는 한편 암호화된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람객은 이처럼 작가가 제시한 〈오라클〉이라는 수수께끼를 풀면서 작가가 미래에 선보일 작업을 꿈꾸고 상상하며 관람을 마무리한다.

설명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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